그동안 읽어왔던, 그리고 소장했던 책이 꽤 많은데, 리뷰나 독서기를 적어 본 적은 많지 않다.
얼마 전 집 정리를 하면서 책을 중고서점에 다 팔았는데-대략 이천권쯤- 팔면서 후회를 꽤 많이 했다.
읽고 나서 한 줄이라도 무언가 적어 놓았다면 이렇게 아쉽거나 안타깝지는 않았을 텐데.
어렸을 땐 사실 좀 오만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내 머릿속에 남아있을 텐데, 굳이 적을 필요가 있을까.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정리할 바엔 내 생각을 한 줄이라도 더 적는게 낫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책을 읽는 족족 도로 책꽂이에 넣어 두었고, 그 뒤로 다시 돌아보지 않았다.
그 후 가세가 급격하게 기울면서 이리저리 이사를 다니게 되었다.
점점 책이 줄어들고, 읽지 않게 되었고, 결국 몇십 권 정도만 남긴 채 전부 정리하게 되었다.
그나마 남긴 책도 실용서가 대부분이다. 주식책이나 요리책 정도.
이제부터라도 이런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책 리뷰를 좀 해보려고 한다.
예전 어릴 때 처럼 근사하고 반짝반짝한, 재기에 넘치는 글을 적지는 못할 것 같지만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그리고 감퇴하는 기억력을 조금이라도 잡기 위해서.
그나저나 첫 책 리뷰를 실용서로 한다는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내게는 아주 뜻 깊은 책이다.
2002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16년 전. 갓 대학교에 들어갔을 때이다.
사실 학교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점수 맞춰서, 그리고 여자친구와 맞춰서-같은 대학교는 아니다-갔던 과였는데
당연하게도 여자친구는 OT날 선배와 눈이 맞아서 나를 차 버렸고, 나는 닭 쫓던 개가 되었다.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춰서 간 학교와 과인데 재미가 있을 턱이 있나.
학교에 잘 나가지도 않고, 다른 관심사를 찾게 되었다.
당시의 나는, 요리에 꽤 관심이 깊었다. 사실 요리보단 먹을 것에 관심이 많았다.
맛있는 음식, 고급스런 음식, 특이한 음식.
특히 디저트를 좋아했는데, 그 때는 디저트가 지금처럼 다양해지기 전이라 주로 제과점을 다녔고, 여러 유명한 제과점을 다녔다.
하지만 갓 입학한 새내기가 돈이 많을리는 만무. 용돈을 모으고 모아 제과점 탐방기를 이어갔지만 만족할 만큼 다닐 수는 없었고, 결국 내가 만들어 먹는걸 택하게 되었다.
괜찮은 교재를 찾기 위해 교보문고 요리, 취미 코너를 한참 뒤적거리는데, 문득 눈에 띄는 책.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이다. 자세히 보면 모서리가 꽤 낡았다.)
김영모. 분명 내가 갔었던 제과점의 이름이었다. 빵값이 좀 비싸긴 했는데, 확실히 비싼 값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돈이 많지 않아 심사숙고해서 5~6개쯤 집어왔는데, 집어온 게 전부 맛있었다. 심지어 단팥빵마저!
당시 기억을 되살리면서 책이 믿음직할거 같아 내용은 들여다보지도 않고 바로 구입해왔다.
집에 와서 들여다보니 뭐 이렇게 사야 할 기구들이 많은지. 다행히 집에 오븐은 있었는데, 그 외의 기구는 전무.
용돈을 차곡차곡 모으고 인터넷 여기저기에 물어서 당시 제과기구의 성지라고 불리는 방산시장에서 온갖 기구를 샀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 어이가 없는게 별로 쓰지도 않을 기구들을 눈이 돌아가서 무지막지하게 사댔다.
어찌됐건 두 손 가득히 기구들을 들고 집에 와서 만들었던 게 초코칩쿠키.
처음 해보는 거라 반죽을 너무 치대어 바삭한 게 아니라 딱딱한 쿠키였지만, 내 손으로 만들어서 그런지 너무 맛있었다.
그 이후는 뭐, 계속 요리에 관심을 갖고, 취업도 요리쪽으로 하게 됐다는, 그냥 그런 이야기.
지금은 요리쪽에서 일하고 있진 않지만, 집에서 요리는 꾸준하게 하고 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내 가게를 하나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밥집이든, 술집이든, 브런치카페가 됐든 간에.
뭐 이리 첫 글을 쓰긴 했는데, 어째 책에 대한 내용 소개가 없어서 책 소개를 좀 해본다.
책 내용은 초심자가 하기에도 꽤 쉽고 괜찮다.
사용하는 재료는 내가 샀을 당시에는 구하기 힘든것도 몇가지 있었는데 지금은 인터넷에서 클릭 몇번이면 다 구할수 있는 것들이다.
계량이 정확하게 나와있는데-5g이나 7g 단위도 있다-이건 제과 특성상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맛이 안나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초심자가 할때는 그렇게 빡빡하게 하지 않아도 망하진 않으니까 어느정도 감안하고 해도 괜찮다.
내가 처음 할때는 저울을 전자저울이 아닌 눈금저울로 잘못 사서 대충 때려넣고 했는데도 잘 됐었으니까.
(물론 쿠키만이다. 케이크나 빵을 만들때는 나도 전자저울을 다시 사서 제대로 넣고 만들었다.)
만든 결과물도 맛있다. 물론 전문 파티쉐가 만든 걸 기대하면 안되지만, 일반인이 만든다는걸 감안하고 먹어도 맛이 괜찮다.
그리고 좋은 것 중 하나가 기본 반죽을 알려준다는 점. 제누아즈나 파이, 크루아상 등의 기본 반죽법을 알려주는데
이걸 만들어놓고 자기가 응용하면 된다. 나는 좀 기괴한 결과물도 많이 만들어본 편인데, 이 이야기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다음 책 리뷰는 아마도 철학서가 될 것 같다. 아마도. 아닐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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