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론도 이렇게 재밌게 쓰다니-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의 창작론, 스티븐 킹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던 거 같다. 기억에는 없지만 어머니께서 기억하시기로는 남의 집에 놀러가도 항상 책을 읽고 있었다고 하신다. 물론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이 많은 동화책 같은 거였겠지만, 어머니 눈에는 '내 자식이 이렇게 똘똘할 수가!'라는 느낌이었을 거다.


어쨌거나 그 뒤로도 내 책 사랑은 꽤 오래 지속되고 있다. 지금까지도. 예전에는 읽지 못할 책들-과학서적이나 전문서적-도 눈에 띄고 재미만 있을거 같으면 일단 샀다. 사고 나서 두어 장 읽고서 엄청나게 후회하고, 몇년에 걸쳐서 읽어보려 애쓰지만 결국 이해할 수 없어서 책장에 꽂아둘지라도, 일단은 눈에 띄는대로 닥치는 대로 책을 사는 편이었다. 지금이야 방이 좁아서(그리고 돈도 없어서) 책장 하나밖에 못 놓는 고로 보통 도서관에서 빌려 보지만. 빌릴 때에도 무언가 주제를 잡아서 빌리는 게 아니라, 서가를 쭉 따라가다가 왠지 제목이 눈에 띄거나 오늘은 왠지 이쪽이 끌린다 싶으면 주저하지 않고 빌린다. 얼마 전 빌렸던 책이 '호두 껍질 속의 우주'였는데, 이과쪽 지식이 전무한 나로서는 쉽게 설명했다고는 하지만 읽다보면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서 앞쪽을 다시 읽기를 반복하다 결국 1/3도 못 읽고 반납했다.


그러나 아무리 막 빌린다고는 해도 취향은 있는 법. 내 취향은 소설 쪽이다. 대학교 1학년 시절은 학과 수업에는 관심이 없었고, 도서관 서가에서 살았었는데, 아마 소설 쪽 서가의 2/3은 읽은 듯 하다. 한국소설만 읽은 게 아니라 일본이나 미국 등 닥치는 대로 마구 읽었다. 하지만 내가 유일하게 잘 못 읽는-지금까지도- 부류가 있는데, 공포소설이다. 공포소설만 읽었다 하면 며칠간, 혹은 몇 주간 꿈에 그대로 등장하는 터라 잠을 설치기 때문에 못 읽는데, 그나마 좀 읽을만했던 작가가 스티븐 킹이다. 뭐랄까, 무섭긴 한데 반짝이는 상상력이 더 돋보여서 계속 읽게 만든다. 물론 몇몇 작품은 무지하게 무서워서 읽다 그만둔 것도 있다.


소설을 좋아해서 많이 읽은 사람들은 알겠지만, 계속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창작욕이 샘솟게 된다. 나는 이게 좀 유별나게 심한 편인데,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 요리를 하게되고, 노래를 듣다가 노래를 하거나 악기를 배우게 되고, 소설을 읽다가 소설을 쓰게 된다. 마찬가지로 대학교 때 소설을 읽다가 나도 모를 창작욕에 시달리며 '글을 좀 써봐야겠다'라는 마음으로 서점에 갔다가 구입한 책이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의 창작론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이다. 하도 봐서 모서리도 찢어지고 책이 다 낡았다.)


이 책을 사고 나서 교과서 수준으로 읽었다. 대략 스무번 쯤? 그리고 첫 소설을 적었다. 한달 쯤 걸렸던가. 쓰면서 엄청나게 후회했고, 마무리를 짓자마자 집어 던졌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내용이 대충 엄청 선명하게 기억나긴 하는데, 개판이었다. 어느정도 줄거리라도 지어놓고 적었어야 했는데 그런것도 없이 그냥마냥 적어 내려가다가 결국 감당도 못할 만큼 스케일이 커졌고, 결국 뒷 마무리를 어영부영 지어가면서 '나는 재능이 없구나'라는 소리를 되뇌였다. 그 이후로 한 3~4년쯤 아예 글쓰기에는 손을 안 대고 있다가, 다시 차오르는 창작욕에-책은 계속 읽고 있었기에- 몇번 자작소설을 써보고, 소리없이 아우성치며 차오르는 닭살을 긁어가며 집어 던지기를 반복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이야 좀 나이를 먹어 차분해진 덕에 집어던지기까진 하지 않는데(실은 컴퓨터로 써서 집어 던질수가 없다), 아무래도 맘에 들지 않는 건 책을 너무 많이 읽어 내 눈이 너무 높아진 탓일 것이다.


어쨌거나 책은 참 좋다. 번역투가 좀 걸리긴 하는데, 그거야 뭐 번역한거니까 어쩔 수 없을 테고, 내용은 참 좋다. 글을 쓸때의 마음가짐부터 피해야 하는 팁까지 자세하게 적어놓았다. 특히 가장 강조하는 것이, 모든 작가들이 강조하는 것이기도 한데,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이건 나도 동감하는 바인데, 일단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쓸 수 있는 어휘가 늘어난다. 그리고 적합한 단어가 잘 떠오르게 된다. 이걸 스티븐 킹은 연장통에 비유해서 적어놓았는데, 많이 읽을수록 저런 비유도 잘 떠오르게 된다. 많이 쓰는거야 당연히 해야할 일이고.


다른걸 다 떠나서 이 책, 그냥 읽기만 해도 꽤나 재미있다. 창작론이 적혀있는 중간 부분은 제쳐두고, 앞부분과 뒷부분의 자기 이야기만 읽어도 왜 스티븐 킹이 '호러의 제왕'이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다. 이 사람, 확실히 베스트셀러 작가가 맞다. 자기 이야기를 쓴다는게 엄청 어려운 일인데, 그것도 흡입력 있게, 재미있게 적어내려가다니. 역시 작가는 다르구만.


작가, 특히 소설가나 소설가 지망생에게는 일독을 권한다. 아니, 이 삼독도 좋다. 작가가 아니더라도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소설에 대해, 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만한 기회를 줄 수 있을 테니까.


그나저나, 제목을 왜 유혹하는 글쓰기로 붙인건지 알 수가 없다. 유혹하는 글쓰기라는 내용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별로 없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