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다. 원래 이틀에 하나씩 책 리뷰를 적어보려고 했는데 어찌저찌하다보니 몇 주가 지났다.
그 사이에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입사지원을 하며 기대했던 회사에선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괜찮은 회사에서는 사람을 뽑질 않는다.
송년모임에서 홧술을 어마무시하게 마시고 속이 뒤집어졌다.
크리스마스에 애인이 생겼다.
마지막이 좋게 끝나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정말 1년 마무리가 암울했을 텐데, 다행이다.
뭐, 근황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책 리뷰를 시작해보겠다.
전 리뷰에서도 살짝 얘기한 적이 있는데, 난 어렸을 때 꽤 책을 좋아했다. 다른 집에 가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보다 책 읽는 걸 좋아했다는 어머니의 사심섞인 기억도 있지만, 내 기억에도 우리집에 없는 책을 읽는 게 더 좋았었다.
그 시절 읽었던 책들은 거의 대부분 동화였는데, 그 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책이 호첸플로츠 시리즈다. 아마도 국민학교-난 국민학교로 졸업한 마지막 세대다-2학년때로 기억하는데, 대구에 계신 큰고모네 집에 놀러간 적이 있다. 내가 왜 끌려갔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아버지는 어른들과 얘기를 나누시고, 나는 사촌형 방에서 혼자 뒹굴거리며 책을 읽고 있었다. 몇 권을 빼서 읽다가 꺼내어 읽은 책이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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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중 첫 권, 왕도둑 호첸플로츠)
어린 나이에도 저 표지가 정말 강렬했다. 엄청난 털과 검게 그을린 얼굴, 그리고 저 모자라니!
얼른 꺼내어 앉아 책을 읽다가, 확 끌린 부분이 있었다. 호첸플로츠가 양배추절임과 소세지를 먹는 장면.
삽화는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 호첸플로츠가 탁자에 앉아서 소세지를 우적우적 먹는 그림이었던거 같다.
내 기억속 소세지는 자그마한 비엔나소세지가 전부였는데, 커다란 소세지를-분홍 어육 소세지와는 다른-마구 먹어치우는 그 장면은, 내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물론 먹고 싶다는 충격으로.
그 이후 까맣게 잊고 있다가, 대학교 입학 후 술자리에서 나온 소세지를 보고서 그 책이 생각났다.
길다란 소세지, 소세지 옆 사우어크라우트. 그리고 호첸플로츠.
맥주와 함께 먹은 소세지는, 맛있었다. 술이 잔뜩 취해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가 먹고싶었던 그 맛이었다.
국민학교 생각이 나게 만드는, 어린 시절이 그리워지는 그 맛.
어른이고 아이고 읽기 좋은 책이다. 어른들도 한번 정도는 읽으면 즐거워질 만한 책.
그나저나, 호첸플로츠는 왜 단도는 쓰지 않는 걸까? 요리하면서 쓰는 것 외에는 별로 사용하질 않는 거 같은데.
아, 영화화도 됐다. 나는 보진 못했지만. 본 사람이 있으면 평이 어떤지 포스팅좀 부탁드립니다.




덧글
저도 어렸을 때 되게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분명 호첸플로츠는 나쁜 놈인데, 또 어른의 눈으로 다시 생각해보면 나쁘다기보다는 오히려 웃기는 놈이고, 등장인물들은 진지한데 독자는 코믹한 그 느낌이 그립습니다.
ps. 저는 살라미 소시지를 얇게 저며먹는 장면이 기억에 남네요.
살라미 소세지는....... 3권쯤에서 나왔던거 같은데 우리동네 도서관에 2, 3권이 없어서 아직 못보고 있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