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리를 좋아한다. 하는 것도 좋아하고 먹는 것도 좋아한다. 예전에 이자카야와 일본식 카레집 주방장으로 몇 년 일하기도 했던 적도 있고, 좀 여유만 된다면 외국 요리학교에 다니면서 제대로 배워서 내 가게를 하나 내고 싶을 정도로 요리를 좋아한다. 그런데 셰프를 직업으로 가지는 게 무서운 점도 있다. 막상 요리를 업으로 삼게 된다면 싫어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의외로 그런 사람들이 많다. 취미로 하던 일을 직업으로 가지니 정말 하기 싫어져서 결국 다시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가게 됐다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 취미는 취미일 때 즐거운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식당 쪽 일은 쳐다도 안 보게 된다.
그래도 음식을 만드는 일은 꽤 재미있는 일이다. 조미료를 넣는 순서에 따라 맛이 확 바뀐다거나, 단순히 양념장을 냉장고에 며칠 넣어두었을 뿐인데 감칠맛이 살아나는 마술 같은 일도 재미있고, 내가 완성한 요리를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도 참 좋다. 특히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요리를 해 주는 게 참 재미있는데, 아무래도 지인들은 맛이 없어도 맛없단 소리를 잘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얘기해서 막 모르모트 실험하듯이 대충 만든다고 생각할지 모르는데, 절대 아무렇게나 막 만들어 주진 않는다. 미리 한 번 만들어서 내가 먼저 먹어보고 괜찮으면 만들어 준다.
어쨌든 내가 요리를 하고 싶을 때 보는 책이 있는데, '아빠는 요리사'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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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요리사. 집에 있는 가장 최신권이다.)
갑자기 요리를 만화로 배웠다는 그분이 떠오르긴 하지만, 이래 봬도 이 책은 꽤나 본격적이다. 연속 연재가 아니라 에피소드 연재인데, 에피소드 뒷부분에 요리 레시피가 나와있다. 계량이 정확하게 적혀져 있어서 따라 하기도 좋게 나와있고, 실제로 만들기도 꽤 편하다. 물론 아마추어 요리라서 시판 조미료를 좀 쓰긴 하지만, 그래도 집에서 따라 하기 딱 좋다. 실제로 스테이크나 볶음요리는 나와있는 대로만 따라 하면 맛이 괜찮다. 단지 일본에서 사용하는 재료가 대부분이라 한국에서 구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는데, 그런 건 한국에서 나는 재료로 바꾸거나, 일본 식자재 수입상에 가면 대부분 구할 수 있다.
레시피만 좋은 게 아니라 책 내용도 꽤 재미있다. 무뚝뚝하지만 요리를 잘하는 일미(카즈미)와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요리를 통해 풀어나간다. 잔잔하고 소박한 내용들 위주로, 주변에 진짜 있을법한 사람들이 주인공이라는 게 참 마음에 든다. 특히 주인공의 아이들인 성(마코토)이와 미설(미유키)이가 커 나가는 것과 가족들을 위해 말없이 요리를 하는 주인공이 이 만화의 백미이다.
지금 우리나라 기준으로 137권까지 나와있다. 나는 71권부터 소장 중인데, 이전 단행본은 절판이라 구할 수가 없다. 출판사에서도 다시 내놓을 계획이 없다고 하니 중고서점을 좀 돌아다녀 봐야 할 듯하다. 중고나라에도 올라오는 족족 누가 사 버려서 구하기가 어렵다.
기억나는 장면 중 하나는 일미와 성이가 같이 요리를 하다가 아버지는 왜 전문적으로 요리를 하시지 않느냐는 성이의 질문에 '가족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었다.'라고 대답하는 것. 이 장면이 만화책의 주제라고 할 수 있다. 레시피를 보지 않더라도, 한 번쯤은 읽어보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만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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