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써도 부치지는 못하겠지만-편지할게요, 정영욱

그래요. 난 좀 이성적이기보단 감정적인 사람이에요. 슬픈 책을 읽으면, 슬픈 영화를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져 고개를 돌리곤 해요. 잠을 자려고 누우려다가도 옛 생각이 나서 한참을 앉아 한숨을 내쉬곤 해요.

그대는 이런 나를 보면서 자기와 너무 다르다고 얘기하곤 했어요. 자신은 너무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그래서 슬픈 뮤지컬을 봐도, 슬픈 음악을 들어도 그다지 눈물이 나지 않는다고 했죠. 감성이 너무 메마른 거 아닐까 걱정을 했을 때 내가 뭐라고 했던가 생각을 해봐요. 위로를 하고 싶었는데 제대로 위로가 되었을지 잘 모르겠네요.

요새는 그대 생각을 할 때가 많아요.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 문득 그대 생각이 나서 일손을 멈추기도 하고, 밥을 먹다가 갑자기 떠오른 마지막 모습에 채 다 식판을 비우지 못하고 버리곤 해요. 퇴근하는 길 터벅터벅 걸어오다가도 좋았던 기억에 멍하니 하늘을 보며 한참을 서있곤 해요.

오늘은 책을 한 권 읽었어요. 아픔은 아픔으로 잊는 거라고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올라서 빌린 책이었어요. 읽는 내내 그대가 떠올라 책장을 넘기기가 힘들더군요. 글귀 한 구절, 단어 하나에서도 갑자기 그대 생각이 나서 책을 덮고 한숨을 내쉬어야 했어요. 버스 안에서 책을 읽다가 눈물이 차올라 책을 덮고 버스 지붕을 쳐다봐야 했어요.

아픔은 아픔으로 잊는다는 말, 나한테는 잘 어울리지 않네요. 아직 그대가 내 안에 있나 봐요.


갑자기 책 한 구절이 떠오르네요.

'당신을 사랑하는 것에 이유를 말하라면, 그것 또한 오직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