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있으면서 책을 꽤 읽었다. 돈도 없으면서 형편 좋게 집에서 굴러다니는 게 마음 편하진 않지만, 허리가 나아야 뭘 하더래도 할거 같아서 일부러 마음을 진정시키고 더 누워 있었다. 사실 글을 좀 쓰고 싶었는데 엎드려 있는 게 허리에 안 좋다고 들어서 글 쓰는 건 포기하고 책을 읽거나 폰 게임을 하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하루에 한 번씩은 병원에 가야 돼서 일어나서 걷는 게 그렇게 힘들 수가 없다. 걷는 것 자체는 그럭저럭 참을만한데 문제는 일어나는 동안의 통증이다. 침대가 없는 터라 방바닥을 짚고 굴러서 책상을 잡고 몸을 끌어당겨 일어나는 동안 흘리는 식은땀이 한 바가지. 한참 책상을 부여잡고 엉거주춤 서 있다가 천천히 펴면 그럭저럭 살 만하다. 병원이 집 근처라 천천히 걸어가서 물리치료를 받고 돌아오는 길에 도서관에 들러서 책을 빌려온다.
오랜만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읽었다. 많이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다. 나랑 잘 맞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글을 되게 잘 쓰는데, 내용도 좋고 재밌는데 이상하게 나와는 잘 맞질 않는다. 번역체이면서도 잘 읽히는 문체도 좋고, 젊음이라는 혼란함, 불안함을 잘 표현해낸 좋은 책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읽으면서 꽤 불편함을 느낀다.
처음 읽었던 게 아마 고등학생 때였을 거다. 그때는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였다. 한참 힘든 시기였던 나를 그대로 투영한듯한 글에 빠져서 하루키 책을 다 읽었으니까. 한참 지나고 나서 20대 후반쯤, 집이 어려워져 닥치는 대로 일을 하고 있었을 때 다시 읽으면서 이질감을 느꼈다. 뭐랄까, 배가 부른 헛소리를 하고 있다는 생각. 내 몸이 실제로 힘들어져보니 저런 고민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하루키를 멀리하게 됐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나와 잘 맞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참 좋은 책이다. 특히 한참 힘들고 방황하는 시기에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고등학생, 대학생 정도의 나이 정도에 읽으면 좋을 것이다.
처음 우리나라에 나왔을 때는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그 제목이 더 맘에 든다.
사실 나는 이후에 나온 '해변의 카프카'가 더 좋다. 원래 이 책을 빌리려고 했는데 누군가 빌려 가서 대신 빌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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